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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

[김신왕여] / [깨비사자] 진실

깊은 산 속 옹달샘 2017. 1. 15. 15:31

2. 욕심 두 번째 이야기 - 다가오는 진실

(전 편이 있으나 딱히 이어지는것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기타누락자들의 서류를 처리하느라 손목과 허리가 살려달라 아우성을 쳤지만 두 시간 남짓을 걸어 집을 향해 걸었다. 도깨비를 마주치고 싶지 않은 탓이었다.

그의 방 불이 꺼진걸 보니 잠이 든 모양이다.

다행이라며 작게 한숨을 밭으며 걸음을 옮기던 사자가 강하게 느껴지는 한기에 놀라 등을 돌렸다.


"망자가..겁도 없이 저승사자 앞에 나타나는구나"


사자의 눈 앞에는 허연 머리를 흩날리며 살기로 가득한 악령이 저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망자는 이름을 대어라"

'너는 나를 어쩌하지 못한다. '

"망자는 저승사자의 부름에 답하라"

'기억을 잃는다 해도 너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나의 어리고 어리석은 왕이시어 곧 모든걸 끝내주마'

사자는 모를 말을 지껄이는 악령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것을 피해 사자의 등을 쳐내는 악령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예기치 못한 고통에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


[아직 일 남아..ㅆ]

신은 자정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사자에게 차마 전화를 걸 자신이 없어 문자를 써 내려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끝내 전송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폰을 내려두었다.

그렇게 두고 나오는게 아니었는데...

찻집을 나오기 전 보았던 사자의 붉게 달아오른 손목이 자꾸 떠올라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구겼다.

'도와줘..'

분명 사자의 목소리다.

'어디야.........어디냐고!!!'
 
'집..아..ㅍ'


급히 뛰쳐나오니 멀지 않은 곳에 사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이봐! 사자! 정신 좀 차려봐! 무슨일이야!"

미동도 없는 사자를 안아들고 급히 주위를 살폈지만 깊은 새벽 지나가는 이 한 명 있을리 만무했다. 누구든 쫓아가야했지만 제 품에서 정신을 잃은 사자의 상태가 심각해 보여 일단 사자의 방으로 장소를 옮겼다.


평소 한기가 들 만큼 차가운 사자의 몸이 불덩이 처럼 열기가 올랐다. 외상은 그럭저럭 치료를 했지만 내상이 깊어 신에게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제 손이 차가우면 좋으련만.

속절없이 사자의 상태를 지켜보던 신이 어설프게 붕대로 감싸진 사자의 왼 손목을 잡아 올렸다. 붕대를 풀어 선명하게 자리잡은 화상자국에 손을 가져대니 스르륵 상처가 아물어 본래의 하얗고 깨끗한 모습을 되찾았다.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사자의 열기는 좀 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보니 온 사방이 캄캄했다. 꿈뻑꿈뻑 몇 번을 감았다 뜨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주변이 들어찼다.

방인가...

흐릿해지는 시야에 저를 바라보는 악귀가 있었다.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면 무슨일이 생길 지 몰라 마지막 힘을 짜내 도깨비를 부르고는 까무륵 정신을 놓아버렸다. 거기까지가 사자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다행이도 저는 도깨비에게 구해진 모양이었다.

몸음 일으키려 하자 눈 말고는 손가락 하나, 입술마저 옴싹달싹 할 수 없었다. 아릿하게 느껴지는 고통도 없이 그저 온 몸이 마비에 걸린듯 그렇게 꼭 묶여있는것 같았다. 분명 도깨비의 짓이었다. 행여나 몸을 움직여 상처가 벌어질까 부린 술수인 듯 했다.

쓸데없는 배려라고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뱉에 내며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신이 침대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말끔해진 사자의 손목을 붙들고서.

그 모양세가 아픈 정인을 걱정하는 사내와 같아 실풋 웃음이 났다.

몸을 일으키길 포기한 사자의 의식은 도깨비에서 방향을 틀어 기타 누락자에게로 향했다.

평범한 망자, 아니 악귀가 아니었다.

'..나의 어리고 어리석은 왕이시어..'

분명 저를 알고있었다. 그것도 전생의 저를.

나는..누구인가...

갑자기 밀려드는 두통에 숨쉬는 법도 잊은건지 가슴께가 답답해져왔다.

"으..으..ㄱ"

숨과 함께 목에 걸린 비명이 겨우 입술 밖으로 뱉어지자 신이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놀란 눈이 되어 사자의 안색을 살피자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있고 눈은 공포와 고통에 무섭게 흔들렸다.

"사자!  정신차려! 숨 쉬어 봐!"

신이 사자의 결박을 풀고 어깨를 쥐고 흔들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그의 뺨을 내려쳤다.

짜악- 하는 살의 마찰음이 방을 울리자 사자는 쿨럭하며 거친 숨을 밭아냈다.

"괜찮아..괜찮아.."

신이 양손으로 사자의 얼굴을 감싸 눈을 맞추며 괜찮다고 타이르자 그의 낯 빛이 서서히 붉게 혈기가 돌았다.

거칠던 숨 소리가 색색 안정감을 찾기까지 몇 분. 촛 점 없던 사자의 눈동자가 점차 또렷이 눈앞의 신에게 닿았다.

"뜨거워.."

한 참을 후에야 내뱉어진 사자의 말에도 신은 대꾸없이 눈만 마주치고 있다.

"뜨겁다고, 니 손"

재차 말해자 신은 그제서야 멋쩍게 웃으며 사자의 뺨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 야..너!"

사자가 멀어지는 신의 손을 붙잡은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평소 사자는 살짝 스치기라도 할까 팔짱을 낀 채 양손을 숨기기 바빴다.

구 백년을 살았지만 또 다른 전생이 있을까 아님 도깨비의 생이 아닌 고려 무신 시절이 전부 일까 싶어 사자에게 손 좀 잡아 달라 조른 적이 있었다. 타인의 전생을 보게되는건 누군가 억지로 기억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괴로운 기분이 든다며 단호하게 거절을 했더랬다.

그런 사자가 지금 무언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제 손을 잡은 것이었다.

사자의 눈이 또 다시 혼란으로 어지러워졌다.



#





신은 앞을 향해 걸었다.

눈 앞에 눈부신 여인이 말했다.

"가세요. 장군. 저는..괜찮습니다"

"저는..마마. 저는.."

"압니다. 진정 다 압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 또한 제 운명인겁니다.
그러니 가세요. 멈추지 말고 폐하께 가세요 장군"

처연히 미소짓던 여인의 얼굴은 단호했다.

신은 나아간다.

"역모다. 저 집안의 누구의 숨도 붙여두지 말라... 어명이다!"

여인이 날아온 화살에 힘없이 쓰러졌다.

신은 뒤돌아 보지 않고 나아갔다.

식솔들이 칼날에 쓰러져갔다.

신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주군을 지키던 칼날에 제 몸이 꿰뚫렸다.

쓰러지는 신을 서늘하게 바라 보던 어린 왕은 등을 돌려 멀어져간다. 그 뒤를 따르는자가 있으니, 악귀의 얼굴이다.





#


「똑똑」

"일어나서 죽 좀 먹어"


새벽에 제 손을 붙들고선 그렇게 또 정신을 놓아버린 사자가 날이 밝고 다시 어둠이 내려 앉도록 일어나지 않자 신은 초조한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나 들어 간다?"

방 너머로 대답이 없자 뭐라도 먹여야겠다는 마음에 조심스레 방 문을 열고 들었다.
그런데, 사자가 없다.

미쳤군..그 몸으로 일을 나간건가..

신은 사자의 투철한 직업 정신에 혀를 내둘렀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누굴 만난건지, 무엇을 본건지.. 묻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 인데..신은 쟁반위에 주인 잃은 야채죽을 가만 내려보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서둘러 채비를 했다.

조금이라도 따뜻할때 먹여야지..

죽을 옮겨담고 코트를 걸치는 신은 손끝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필 이런때에..




#



"아저씨!!!"


귓속을 파고드는 날선 은탁의 비명에 위험은 직감한 신은 급히 몸을 날려 은탁을 제 뒤로 숨겼다.

눈앞에 악귀는 구면이다.

신이 악귀의 목을 틀어쥐어 벽으로 밀어 붙이자 괴로움에 버둥거렸다.

"구 백년을 피해다녔는데.. 이리 마주치다니.. 허망하구나"

악귀는 구백년 전 어리고 어리석은 왕을 조정해 저와 제 누이 그리고 모든 식솔들을 역모로 몰아넣은 '박중헌' 그 자 였다.

"괘념치 마라. 바로 없애버릴 것이니.
허나, 구백년을 피해다녔는데 이제 와 내 눈에 띈 이유를 답해야 할 것 이다."

신의 손에 잡힌 검이 웅웅 쇳소리를 내며 울어댔다. 분노에 찬 신의 눈빛에 박중헌은 비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역시 천한 무신 출신이라 구백년의 세월에도 혜안(慧眼)은 못 가졌구나. 원수를 지척에 두고도 못 알아 보는 꼴이 우스워서, 내 친히 알려주려 함이다."

"역시 네 놈의 혀는 구백년이 지나도 망령되구나. 제일 먼저 혀를 뽑을 것이다. 그 다음엔 몸뚱아리를 갈기갈기 찢을 것이다.

그 것들을 지금 할 것이다."

신은 더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박중헌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눈앞에 칼을 맞고 쓰러저야할 박중헌은 작은 상흔 하나입지 않고 저를 내려다 보며 가소로운듯 연식 비죽거리다 신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몸을 옮겼다.

"너나 나나 구백년의 세월이다. 그깟 물의 검으론 나를 못 벤다. 크흐흐... 수호신 노릇이나 하며 살더니 진짜 천상의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냐?"


"네 놈 하나 어떻게든 죽일테니, 개의치 마라"

신은 다시 한 번 검을 고쳐 쥐고 박중헌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몇 발 자욱 움직이질 못했다. 박중헌이 은탁을 방패 삼았기때문이었다.

신은 힘 없이 검을 떨구었다.
박중헌은 그런 신을 향해 비웃었다.

"그리 우매하니, 그렇게 하찮게 목숨을 잃는 것이다...
니가 썩어 문드러지는 그 이 십년 동안 알아보지 못 할 만큼 컸지...여는."

박중헌의 입에서 왕여의 이름이 나오자 분노에 휩싸인 신의 몸에서 푸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여의 이름을 한 번만 더 들먹이면.!"

"네 놈 곁에 있는 그 저승사자 누군 줄 아느냐."

"...검을 내리고 그 검을 네 놈 가슴에 꽂은 자가 바로 그 자다."

"그 자가 바로 왕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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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안에 한 편 더 올려보려고 발버둥을 쳤더니 글이 더 이상해졌군요..
일단 올리고 생각해야겠어요..

부족하지만 읽어주시고 마음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은 모두가 아시는 그 장면으로 시작하겠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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